부산시 남구 해군 작전사령부 부두에는 한국형 구축함(KDX-Ⅱ) 왕건함이 정박해 있었다. 4500t급으로 우리 해군이 보유하고 있는 한국형 구축함 6척(이순신함·문무대왕함·대조영함·왕건함·강감찬함·최영함) 중 4번째 함이다. 기동전단장 이범림(51) 준장을 만나기 위해 해군 관계자의 안내를 받아 왕건함에 올랐다. 왕건함은 지난 2월 1일 대한민국 사상 처음으로 출범한 해군 제7기동전단 소속 함정 중 하나다. 창설식 당시 총집결했던 함정의 대부분이 출동 중이어서 부두는 조용했다. 1년 중 잘해야 90일 정박한다는 왕건함에서 인터뷰를
김경수(광운대 산업심리학과 1년)씨는 군대 시절 우연한 기회에 미우라 아야코의 1965년작 ‘빙점’을 단숨에 읽어내린 후 일본소설에 본격적으로 관심을 갖게 됐다. 요즘도 한 달 평균 서너 권의 독서목록 중 한 권 이상은 꼭 일본소설로 채워진다. 신윤정(서울대 건설환경공학부 1년)씨의 ‘일본소설 내공’은 김씨보다 한 수 위다. 학교 도서관의 일본소설을 거의 섭렵했을 정도다. 특히 좋아하는 작가는 ‘고(GO)’를 쓴 가네시로 가즈키다.최근 10년간 국내 일본소설 시장이 꾸준히 성장할 수 있었던 건 신작 일본소설을 왕성하게 소비해준 20
“패스트푸드, 편의점, 해외여행, 서양의 팝스, 통조림을 따듯 이뤄지는 섹스, 약간 정상에서 비켜간 정신과 치료를 받는 인물들, 그리고 고통과 실패와 상처로 저 절벽 끝에 서 있는 ‘나’로 대비되는 주인공`-`이렇게 우리 젊은 세대는 무라카미 하루키의 세계에 빠져 있었다. …(후략)”지금은 한나라당 국회의원이 된 전여옥씨는 방송인으로 활동하던 지난 1997년 6월 20일 조선일보에 이렇게 시작되는 칼럼을 기고했다. 무라카미 하루키 소설 ‘상실의 시대’(원제 ‘노르웨이의 숲’)에 관한 서평이었다. ‘상실의 시대’는 1987년 일본 출
2월 3일 오후 서울 광화문 교보문고를 찾았다. 지하철 5호선과 연결되는 통로 쪽 매장에 들어서자마자 ‘유정천 가족’(모리미 도미히코 지음, 권일영 옮김, 작가정신)을 홍보하기 위한 특별 매대가 눈에 들어왔다. ‘유정천 가족’은 자유롭게 둔갑하는 너구리 가족의 생활을 그린 일본 작가 도미히코의 신작 소설. 그는 교토가 배경인 청춘 판타지소설 ‘밤은 짧아 걸어 아가씨야’로 국내 독자에게 첫선을 보였다. 쌓여있는 책들 사이로 ‘책 구입 고객에게 너구리 손난로를 증정한다’는 광고가 선명했다. 바로 옆은 주목할 만한 신간이 전시되는 코너.
지난 2월 3일 서울시교육청이 입법예고한 ‘공익신고보상금 지급에 관한 조례(안)’는 파격적이다. 금품·향응수수 등 서울시 교육공무원의 부조리행위를 신고한 자에게 최대 1억원의 보상금을 지급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서울시교육청은 관련 업무를 소화하기 위해 2월 1일부터 3월 31일까지 한시적으로 서울시교육청 부조리 신고센터(02-3999-506)도 운영하기로 했다. 이번 조치의 배경엔 시교육청 소속 장학사 임모(49)씨가 있다. 임씨는 “장학사시험에서 좋은 점수를 받도록 해주겠다”며 고모(50·여)씨 등 현직교사 2명으로부터 3000
UCC 전문 홍보대행사 퓨어엠 박명수(39) 대표는 요즘 밴쿠버 동계올림픽을 지켜보며 생각이 많다. 특히 1989년생 동갑내기 금메달리스트 3인(이정수·모태범·이상화)을 볼 때면 부러움을 감출 수 없다. “거침 없고 솔직하고…. 좋아하는 걸 얘기할 때 전혀 망설임이 없더라고요. 기성세대 입장에선 남을 배려하지 않고 이기적이라고 할 수도 있겠죠. 하지만 전 자기애(愛)로 똘똘 뭉친 그들이 한편으론 부럽기도 해요.”캐나다 밴쿠버에서 취재진을 향해 여유 있는 표정으로 금메달을 깨물어 보인 ‘미스터 포토제닉’ 이정수, 금메달이 확정된 후
이석우(63) 남양주시장을 만나기 위해 2월 22일 경기도 남양주 시청사로 향하며 두 가지에 놀랐다. 일단 생각보다 가까운 남양주와 서울 간 거리. 평일 오후 승용차 이동을 전제로 했을 때 지하철 5호선 광나루역(광진구 광장동)에서 남양주 시내로 접어들기까지 30분이 채 걸리지 않았다.(나중에 들은 말이지만 강남(서초구 역삼동 기준)에서도 20~25분이면 충분하다고 한다.) 그보다 더 놀라운 건 시내 곳곳을 장식한 현수막이었다. ‘남양주시의 서강대 캠퍼스 유치를 환영합니다!’ 각종 단체와 개인의 이름으로 내걸린 총천연색 현수막 덕분
2월 25일, 추적추적 내리는 비를 맞으며 택시에 올라탔다. “아저씨, 하나고로 가주세요.” “어디요?” 택시기사는 하나고가 어딨는지 몰랐다. 서울지역 최초의 자립형사립고, 하나은행으로 잘 알려진 하나금융지주가 세운 학교, 신입생 모집 당시 경쟁률 7.4 대 1, 올 3월 1회 신입생 입학…. 수많은 화제를 뿌리며 지난 몇 년간 교육계의 ‘뜨거운 감자’ 역할을 톡톡히 했지만 기사는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되물었다. “한화요, 하나요?” 결국 내비게이션의 도움을 받아야 했다. 광화문에서 학교 주소인 ‘은평구 진관동 129번지’까지 가는
경기 안산의 모 반도체 기업에 근무하는 직장인 이광희(33)씨는 자타가 공인하는 ‘전자책(e-book) 전문가’다. 아마존 ‘킨들DX’(미국), 삼성전자 ‘파피루스(SNE-50K)’, 아이리버 ‘스토리’, 오닉스 ‘북 60’(중국) 등 갖고 있는 전자책 단말기만 대여섯 종에 이른다. 국내에서 시판되지 않는 해외 기종은 외국 판매사에 직접 이메일을 보내 거금의 우송료를 물고 구입할 정도다. 전자책 관련 컨퍼런스나 세미나장을 쫓아다니는 건 물론, 이름난 국내 전자책 개발자들을 수소문해 개인적으로 만난 것도 수차례다. 이씨가 활동 중인
꽃샘추위에 바닷바람까지 가세해 몸이 절로 움츠러드는 지난 3월 3일 부경대 대연캠퍼스(부산 남구 대연3동)를 찾았다. 이날 오후 4시부터 시작되는 ‘생선회 이야기’ 첫 강의를 청강(聽講)하기 위해서였다. ‘생선회 이야기’는 국내 대학 중에선 처음으로 생선회를 주제로 개설된 정규 교과다. 이수단위(1학점)가 크지 않은 교양과목이긴 하지만 독특한 주제와 희소성 덕분에 개강도 하기 전인 올 2월 초부터 꼬리에 꼬리를 무는 입소문으로 유명세를 타왔다. 대연·용강캠퍼스에 각각 50명 규모로 개설된 2개반은 수강신청 시작과 동시에 매진사례를
서윤지(22)씨는 지난해 가을 미국 위스콘신대(UWS) 진학이 결정됐다. 2008년 서울 송곡여고를 졸업한 그는 SAT(미국대학입학자격시험) 성적도 없었고 토플 성적도 iBT 61점 정도로 높지 않았다. 고교내신 변환점수(GPA)는 3.2(4.0 만점), 수능 외국어영역은 3등급 수준이었다. 서울 상위권 대학 진학도 빠듯한 성적이었지만 대학은 그에게 입학허가를 내줬다. 단, 조건이 있었다. 학교가 정한 커리큘럼에 따라 7개월간 국내에서 UWS-ESL(English as a Second Language) 과정을 이수하는 것. 성실히
“저도 시간강사 많이 해봐서 아는데 교육은 전적으로 교사의 흥(興)에 달려 있습니다. 똑같은 교과서로 똑같은 내용을 가르쳐도 선생님이 신나면 학생에게 훨씬 효과적으로 전달됩니다. 반면 선생님 기분이 엉망이면 그 수업은 시간 때우기밖에 안 되지요. 요즘 곳곳에서 ‘신명나는 학교 만들기’ 운동이 한창인 것도 그 때문이에요.”서울시교육감 선거 출마를 선언한 김경회 전 서울시부교육감을 만났습니다. 이런저런 얘기 끝에 느닷없이 ‘흥(興)교육론’을 꺼내더군요. 연이은 비리로 서울시교육청의 체면이 바닥에 떨어진 시점이어서 그런지 시큰둥했습니다.
김경회(55) 전 서울시 교육감 직무대행은 “권한대행이 돼 교육감 자리에 앉아보니 교육 권력이 교육감 한 명에게 얼마나 집중돼 있는지 알 수 있었다”고 말했다. 김 전 대행은 지난 3월 9일 주간조선과의 인터뷰에서 “지난해 11월 부임하자마자 제일 먼저 한 일이 직제개편, 그중에서도 교원정책과(科) 물갈이였다”면서 “지금 문제가 되고 있는 인사비리의 핵심이고 내부적으로도 문제가 많다는 지적이 있어 물갈이를 단행했는데 엄청난 저항에 부딪혔다”고 말했다. 그는 “‘아, 이래서 문제구나!’ 싶었다. 서울시 교육청의 구조적 문제를 뼈저리게
직장인 유주연(26)씨는 얼마 전 패션 전문 월간지 더블유 코리아(W Korea) 3월호를 넘기다가 지면 하단 오른쪽에 위치한 가로×세로 1.5㎝ 크기의 낯선 문양을 발견했다. 정사각형 안에 검정색 기하학적 무늬가 불규칙하게 배열된 형태였다. 대수롭지 않게 여겼던 그는 거의 몇 페이지당 한 번꼴로 등장하는 ‘이상한 사각형’의 정체가 차츰 궁금해졌다.호기심은 잡지 26쪽 ‘편집장 레터’에 이르러서야 풀렸다. “더블유가 한국 최초로 QR코드 시스템을 야심차게 시도합니다. 스마트폰 시대를 맞이해 잡지라는 1차원의 지면을 더 입체적으로 즐
최근 몇 년간 사회를 떠들썩하게 했던 아동 성폭행 사건엔 간과할 수 없는 공통점이 한 가지 있다. 하나같이 인적 드물고 치안이 취약한, 범죄에 쉽게 노출되는 환경에서 발생했다는 점이다. 김길태 사건이 일어난 부산 사상구 덕포1동은 재개발이 막바지에 이른 지역이었다. 철거를 앞두고 주민 대부분이 이사를 나간 동네는 한 집 건너 빈집이었다. 피의자는 그 틈을 노려 부모 없는 집을 혼자 지키던 열세 살 소녀를 덮쳤다.2006년 2월 허모(당시 11세)양은 동네 비디오대여점에 비디오테이프를 반납하러 가는 길에 “호떡을 사주겠다”는 인근 신
성장통이란 말의 조어 방식은 필요악과 닮았다. ‘해롭지만 끌어안고 갈 수밖에 없는 것(必要惡)’과 ‘한 뼘 더 자라기 위해 거쳐야 하는 아픔(成長痛)’엔 양립불가능한 요소가 부딪칠 때 발생하는 불협화음이 자리잡고 있다. 그러나 둘의 색깔은 좀 다르다. 필요악이 ‘필요하지만 나쁜’의 의미를 품고 있다면 성장통의 이면엔 ‘발전을 위해 참고 견딜 가치가 있는’이란 함의가 있다.자기계발 전문가 공병호(50·공병호경영연구소장)의 신작 제목이 ‘대한민국의 성장통’(해냄)인 건 그런 점에서 의미심장하다. 그는 ‘10년 후, 한국’(2004) 이
길상사(서울 성북구 성북2동)를 찾은 건 법정 스님의 초재(初齋)가 있은 지 하루 뒤인 3월 18일이었다. 이날 수은주는 영하 2도까지 떨어졌다. 경내(境內)엔 스산한 기운마저 감돌았다.1년 전 이날 서울의 최저온도는 14도. 3월 관측 사상 최고치라고 요란했었다. ‘6월 같은 3월’과 ‘12월 같은 3월’ 간 기온 차는 16도. 삶에 지친 우리를 위로해주던 법정스님이 떠난 뒤라, 이날 나는 두 날의 물리적인 온도 차보다 더한 한기를 느꼈다.[image1][image2]일흔아홉 평생을 저서 제목처럼 무소유로 살다간 법정스님의 삶은
핀란드에선 선생님이 최고의 인기 직업이다. 의사나 변호사보다 인기가 있다. 그렇기 때문에 핀란드에서 선생님이 되기란 한국에서 판·검사가 되는 것만큼 힘들다. 치열한 경쟁을 뚫고 실력을 쌓아야 가르침의 길로 들어설 수 있다.“에베 선생님은 수업시간에 매번 여러 가지 교재를 가져와 학생들에게 소개해준다. 때로 잡지를 교재로 삼기도 하고, 영화를 보는 것도 드물지 않다. 시간이 있으면 학생 전원을 박물관이나 오페라 극장에 데려가기도 한다. 그 때문에 당연히 수업 전엔 오랜 시간을 들여 수업내용을 준비한다. 미디어와 도서관은 에베 선생님의
핀란드 교육은 ‘세계 최고’다. 여기에 토를 다는 사람은 이제 별로 없다. 실제 핀란드 교육은 국제 학업성취도 조사에서 매년 최고 수준을 기록해 왔고, 특히 낙오자 없이 모든 아이들이 골고루 잘 배우는 핀란드식 교육 시스템은 미국과 일본 등 선진국들로부터도 연구 대상이 돼 왔다. 최근 열기가 달아오르고 있는 우리 교육감 선거에서도 후보들이 앞다퉈 ‘핀란드 교육’을 자신의 정책 모델로 제시하고 있다.핀란드 교육이 국내에 본격적으로 알려진 계기는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학업성취도 국제비교연구(Program for Internati